Google Agent Designer와 국방부: 빅테크 AI 군사 협력의 갈림길

DoD의 Agent Designer 도입 배경, Anthropic·OpenAI·Google이 각기 다르게 그은 군사 AI 협력의 선, 내부 반발과 업계 연대를 정리한다.

2026-08-14 · 최초 발행 2026-03-27

300만 명이 접근하는 노코드 에이전트 빌더

2026년 3월, 미국 국방부(DoD)는 Google의 Gemini 기술을 기반으로 한 'Agent Designer'를 GenAI.mil 플랫폼에 전격 도입하면서, 300만 명에 달하는 군 직원과 민간 관료들이 코딩 없이 자체 AI 에이전트를 직접 설계하고 배포할 수 있는 시대를 열었다. 이 결정은 Anthropic이 자율 무기 및 국내 대규모 감시에 AI를 사용하는 조건을 거부해 DoD와 결별한 직후에 나온 것으로, AI 업계 내에서 군사 협력을 바라보는 서로 다른 철학과 전략적 판단이 충돌하는 분기점을 보여준다.

Agent Designer는 미국 국방부의 최고기술책임자실이 2026년 3월 10일 공식 발표한 노코드(no-code) AI 에이전트 빌더다. GenAI.mil 인프라 위에서 동작하며, 이용자가 자연어로 지시를 내리면 Gemini 기반의 AI 에이전트가 구성되는 방식이다.

주요 기능은 자연어 기반 에이전트 생성(프로그래밍 지식 없이 업무 자동화 에이전트 제작), 다단계 태스크 처리(회의록 작성, 액션 아이템 생성, 대규모 프로젝트의 단계별 계획 분해 등 복잡한 멀티스텝 태스크 수행), 다양한 데이터 소스 연동(여러 데이터 소스를 인제스트해 맥락에 맞게 작동), 팀 단위 즉시 배포(생성된 에이전트를 팀 전체에 공유·배포)로 구성된다.

대상 사용자 범위도 전례 없이 넓다. 군인·민간인을 통틀어 약 300만 명의 DoD 직원이 이 플랫폼에 접근할 수 있으며, DoD는 이를 "역사상 가장 대규모의 기업 AI 에이전트 롤아웃"이라 설명했다. 비밀(classified) 업무가 아닌 비기밀(unclassified) 업무에 한정한다는 점이 현재의 운영 범위다.

GenAI.mil과 구글의 역할

GenAI.mil은 DoD의 최고디지털·인공지능국(CDAO, Chief Digital and Artificial Intelligence Office)이 운영하는 엔터프라이즈 AI 플랫폼이다. Google은 2025년 12월 GenAI.mil의 첫 번째 엔터프라이즈 AI 공급자로 선정되어 Gemini for Government를 공급하기 시작했고, 2026년 3월 Agent Designer를 추가 도입하면서 협력 범위를 크게 확장했다.

Google이 이 계약을 따낸 배경에는 Google Cloud의 정부 전용 컴플라이언스 인프라가 중요하게 작용했다. FedRAMP High 인증을 갖춘 Gemini for Government는 민감 데이터를 기업 외부로 유출하지 않는 격리 환경을 제공하며, 미국 공공 부문 특화 지원 체계를 보유하고 있다.

자연어 지시Gemini API 활용업무 자동화프로젝트 관리데이터 처리비기밀 업무에 한정국방부 직원 (약 300만 명)GenAI.mil 플랫폼Agent Designer (노코드 빌더)Google Gemini forGovernment에이전트 유형회의록 / 액션 아이템단계별 계획 수립멀티소스 데이터 인제스트 공유 즉시 배포운영 결과 / 업무 효율화

향후 DoD는 OpenAI의 ChatGPT 기반 도구와 xAI의 Grok도 GenAI.mil에 추가할 계획을 밝혔다. 이는 단일 공급자 의존을 피하고 경쟁 체제를 유지하려는 전략으로 해석된다.

자율무기와 감시, 앤스로픽이 그은 레드라인

Google이 Agent Designer를 공급하기 시작한 배경에는 Anthropic과 DoD 사이의 극적인 결별이 있다. Anthropic은 Claude 모델을 DoD에 공급하는 계약 협상 과정에서 두 가지 조건을 반드시 관철하려 했다.

레드라인(1)은 자율 무기 사용 금지다. 인간의 개입 없이 치명적 결정을 내리는 자율 무기 시스템에 Claude를 사용하는 것을 계약서에 명시적으로 금지하도록 요청했다.

레드라인(2)는 국내 대규모 감시 금지다. 사법적 감독 없는 대규모 국내 감시 목적으로 AI를 사용하는 조항도 배제하길 원했다.

반면 DoD는 Claude를 "모든 합법적 용도(all lawful use)"에 사용할 수 있어야 한다는 포괄적 조항을 주장했다. 협상은 결렬되었고, DoD는 Anthropic을 '공급망 위험(supply chain risk)'으로 지정하며 관계를 종료했다. Anthropic은 이 지정이 불법이라며 DoD와 기타 정부 기관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이 사건은 AI 기업이 자사 모델의 윤리 가이드라인과 정부 고객의 요구 사이에서 어떤 선택을 해야 하는지를 극명하게 보여주는 사례가 되었다.

OpenAI의 선택: 타협인가, 현실주의인가

Anthropic과의 협상이 결렬된 지 불과 몇 시간 만에 OpenAI는 DoD와 별도 계약을 체결했다. OpenAI의 Sam Altman CEO는 계약에 '기술적 안전장치'가 포함되어 있다고 발표했다.

OpenAI와 Anthropic의 입장 차이는 미묘하지만 중요하다. 두 회사 모두 대규모 감시와 완전 자율 무기에 공식적으로 반대한다고 표명하고 있다. 그러나 Anthropic은 이를 계약서에 명시적으로 금지 조항으로 넣어야 한다는 입장이었고, OpenAI는 "어떤 합법적 목적에도 사용 가능"하다는 포괄 조항을 수용하면서 자체적인 기술 안전장치로 악용을 방지하겠다는 방식을 택했다.

MIT 테크놀로지 리뷰는 이를 두고 "OpenAI의 타협은 Anthropic이 우려하던 바로 그것"이라고 평가했다. OpenAI 내부에서도 반발이 있었다. 하드웨어 및 로보틱스 부문을 이끌던 Caitlin Kalinowski가 이 계약에 반대하며 퇴사했고, 그녀는 "사법 감독 없는 국내 감시와 인간 승인 없는 자율 살상 결정은 지금보다 훨씬 깊은 숙고가 필요한 선이었다"고 밝혔다.

침묵으로 움직인 구글의 실용주의

가장 흥미로운 행위자는 Google이다. Anthropic과 OpenAI가 각각 소송과 성명서로 공개적인 입장을 표명하는 동안, Google 모회사 Alphabet은 공식적으로 침묵을 유지했다.

Google은 이미 실질적인 행동으로 입장을 드러냈다. 2025년 12월 Gemini for Government 공급을 시작했고, 2026년 3월에는 Agent Designer까지 추가 공급하며 DoD와의 관계를 조용히 심화시켰다. 이는 "말보다 계약"으로 표현될 수 있는 전략이다.

Google이 선택한 이 실용주의는 과거 Project Maven(군사 드론 AI 계약)으로 내부 직원 수천 명의 반발을 불러일으키고 계약을 파기했던 2018년의 경험과 대비된다. 당시의 공개적 갈등 대신 이번에는 조용하고 점진적인 관여를 택한 것으로 보인다.

한편 Google은 현재 분류(classified) 업무용 Gemini 배포에 대해서도 DoD와 별도로 협상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향후 더 심층적인 군사 AI 통합으로 이어질 수 있다.

회사마다 갈라진 셈법

세 회사의 접근법을 비교하면 다음과 같이 정리할 수 있다.

항목 Anthropic OpenAI Google
DoD 계약 현황 계약 파기, 소송 중 2026년 2월 계약 체결 2025년 12월 GenAI.mil 공급 시작
자율 무기 조항 명시적 금지 요구 기술 안전장치 방식 수용 공식 입장 미표명
감시 조항 명시적 금지 요구 합법적 용도 포괄 수용 공식 입장 미표명
공개 커뮤니케이션 적극적 공개 (소송 포함) 절충점 공개 발표 침묵, 실질 행동 중심
내부 반발 상대적으로 적음 퇴사자 발생 미표면화 (2018년 트라우마 존재)

이 비교표는 같은 사안에 대해 세 회사가 얼마나 다른 전략적 판단을 내리고 있는지를 보여준다. 이는 단순히 계약 조건의 차이가 아니라 각 기업의 사업 철학, 리스크 수용 범위, 그리고 AI 거버넌스에 대한 근본적인 시각 차이를 반영한다.

경쟁사 직원들이 앤스로픽 편에 선 이유

이 사태에서 주목할 또 다른 현상은 경쟁사 직원들의 연대다. OpenAI와 Google DeepMind 직원 30명 이상이 — Google의 수석 과학자 Jeff Dean을 포함해 — Anthropic을 지지하는 법정 의견서(amicus brief)를 제출했다. 이들은 DoD의 Anthropic 블랙리스트가 미국 AI 산업 전체에 해를 끼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는 빅테크 기업 간 경쟁이 치열한 상황에서도 AI의 군사 사용에 관한 원칙적 경계선 문제에 대해서는 업계 내 연대가 가능함을 보여주는 이례적인 사례다. Fortune은 이를 "법적 싸움이 군사 AI 사용의 미래를 재정의할 수 있다"는 맥락에서 보도했다.

한편 Google과 OpenAI 직원들이 Anthropic의 편에 섰으면서도, 그 소속 기업들은 오히려 DoD와의 계약을 심화하고 있다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 이는 개별 직원의 양심과 기업의 전략적 결정 사이의 괴리를 보여주는 동시에, AI 기업 내부에서 군사 협력에 대한 논의가 단순히 경영진의 결정으로 끝나지 않는다는 점을 시사한다.

한국 IT 기업이 새겨야 할 것

이번 사태는 한국 IT 산업과 AI 기업들에게도 중요한 교훈을 준다. 한국도 국방 AI 도입이 가속화되고 있으며, 민간 AI 기업들의 군사 협력 여부가 기업 전략의 핵심 의제로 부상하고 있다.

레드라인의 명문화는 중요하다. Anthropic의 사례는 윤리적 경계선을 계약서에 명시적으로 포함하려는 시도가 얼마나 어렵고, 동시에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준다. 한국 AI 기업들도 군사·공공 협력 계약 시 사용 범위 제한 조항에 대한 명확한 입장을 사전에 정립해야 한다.

노코드 AI 에이전트 플랫폼의 보급도 살펴야 한다. Agent Designer처럼 코딩 없이 AI 에이전트를 구성하는 플랫폼은 앞으로 공공 부문에서 급속도로 확산될 것이다. 기술 전문가뿐만 아니라 일반 행정 직원도 AI를 직접 설계·운용하는 시대가 열리고 있으며, 이는 AI 리터러시 교육의 중요성을 높인다.

공급망 위험 지정의 파장도 무시할 수 없다. DoD가 Anthropic에 내린 '공급망 위험' 지정은 특정 AI 기업의 제품을 정부 전체에서 배제할 수 있는 강력한 수단임을 보여주었다. 글로벌 시장에서 활동하는 AI 기업이라면 이런 지정이 가져올 평판·비즈니스 리스크를 선제적으로 관리해야 한다.

서로 다른 경로가 공존하는 순간

Google의 Agent Designer 공급은 단순한 소프트웨어 계약이 아니다. 이는 AI 기업이 국방 시장에서 어떤 방식으로 입지를 구축하느냐에 관한 전략적 선택이며, 동시에 AI 기술의 윤리적 경계선을 어디에 그을 것인가에 대한 철학적 답변이기도 하다. Anthropic은 원칙을 지키다 시장을 잃었고, OpenAI는 타협을 선택하며 계약을 따냈으며, Google은 말 없이 행동으로 깊숙이 들어갔다. 세 가지 다른 경로가 공존하는 이 순간은, AI 산업이 본격적으로 국가 안보와 얽히기 시작했다는 신호다.

Sourc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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