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 소프트웨어사업 영향평가제와 민간 시장 보호
공공 소프트웨어사업 영향평가제의 대상, 심의 기준, 절차와 공공·민간 역할 분담의 의미를 정리한다.
2026-08-14 · 최초 발행 2025-05-23
공공 SW 사업은 왜 시장 영향을 함께 검토하는가
공공 소프트웨어사업 영향평가제는 국가기관,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이 예산을 편성하거나 소프트웨어를 발주·개발·배포·서비스할 때 민간 시장에 줄 수 있는 부정적 영향을 미리 평가하고 조정하는 제도다. 소프트웨어 산업 진흥법을 근거로 운영되며, 민간 소프트웨어 산업의 생태계와 공정한 경쟁 환경을 보호하는 데 목적이 있다.
공공기관이 무료 소프트웨어를 배포하거나 서비스를 직접 제공하면, 유사한 민간 서비스의 시장이 줄어들 수 있다. 공공 주도의 개발과 보급이 확대되면서 공공의 역할과 민간 영역 사이의 경계가 흐려지고, 사업의 시장 영향을 체계적으로 판단할 장치가 필요해졌다.
평가 대상이 되는 공공 소프트웨어사업
영향평가의 범위에는 국가기관·지방자치단체·공공기관이 추진하는 소프트웨어 사업이 포함된다. 예산 편성 단계의 신규 개발 사업, 기존에 개발한 소프트웨어를 민간에 배포하려는 계획, 공공 개발 소프트웨어를 활용해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업이 대상이 될 수 있다.
일정 규모인 약 5억원 이상의 소프트웨어 사업도 평가 대상에 포함된다. 다만 사업 규모만으로 시장 영향이 결정되는 것은 아니다. 소규모 사업이라도 누적 효과가 큰 경우에는 검토가 필요하다는 과제가 남는다.
자체 검토와 전문위원회 심의가 이어지는 과정
발주기관은 먼저 소프트웨어 사업 계획을 세우고 자체 영향평가를 수행한다. 이 단계에서 영향평가서를 작성하며, 시장의 유사 서비스 존재 여부와 기능 중복성, 민간 시장 침해 가능성을 검토한다.
자체 평가 결과 민간 시장에 영향이 예상되면 외부 전문가로 구성된 전문위원회가 심의한다. 산업계·학계·연구기관 등 여러 분야의 전문가가 참여해 평가 결과를 객관적으로 검토한다.
심의 결과는 원안 추진을 허용하는 승인, 일부 요건을 충족해야 하는 조건부 승인, 사업 취소 또는 전면 수정을 요구하는 부결로 나뉜다.
심의는 시장성만 보지 않는다
시장 침해 여부에서는 유사하거나 대체 가능한 민간 소프트웨어가 있는지, 민간 시장을 잠식할 가능성과 그 범위는 어느 정도인지를 살핀다. 상용 소프트웨어를 대체하는 효과도 검토 대상이다.
공공성은 사업이 공공 목적에 부합하는지, 공익적 가치를 얼마나 실현하는지, 행정 효율성에 어떤 기여를 하는지로 판단한다. 효율성 측면에서는 개발·운영 비용 대비 효과, 민간 소프트웨어 도입과 비교한 경제성, 유지보수와 확장성을 함께 고려한다.
기술적으로는 선택한 개발 기술의 적정성, 다른 시스템과의 통합 및 연계 가능성, 보안과 안정성 확보 방안을 확인한다.
심의 결과가 사업 설계에 반영되는 방식
A기관이 대국민 서비스용 모바일 앱을 개발하려 했던 사례에서는 유사 기능을 제공하는 민간 앱이 다수 확인됐다. 심의는 조건부 승인으로 이어졌고, 민간이 제공하지 않는 핵심 공공 서비스 기능만 구현하도록 했다. 상용 앱과 연계할 수 있는 API를 제공하고, 무료 제공 범위를 제한하며 민간 참여를 확대하는 방안도 조건에 포함됐다.
B기관의 내부 개발 소프트웨어 무료 배포 계획은 부결됐다. 유사 상용 소프트웨어 시장이 존재했고, 기능적 차별성이 부족해 민간 시장 침해 가능성과 민간 기업의 사업 기회 축소 우려가 컸기 때문이다.
반면 C기관의 공공 클라우드 서비스 개발·제공 계획은 원안 승인됐다. 일부 민간 서비스와 중복될 수 있었지만 공공 데이터에 특화됐고, 중소기관에 필수 인프라를 제공한다는 공공성이 인정됐다. 민간 클라우드와 연계하는 방안도 마련돼 상생 효과를 기대할 수 있었다.
시장 보호와 공공 서비스의 접점
이 제도는 공공기관의 무분별한 소프트웨어 개발과 무료 배포를 억제하고, 상용 소프트웨어 시장 잠식을 막아 기업의 혁신 동기를 유지하는 역할을 한다. 공공은 기초 인프라와 공익적 서비스에 집중하고, 민간은 특화 솔루션과 부가가치 서비스 개발에 주력하도록 역할을 나누는 기준이 된다.
중복 개발이나 불필요한 공공 소프트웨어 사업을 줄여 공공예산 활용의 효율성을 높이는 효과도 있다. 공공 데이터와 API 개방을 기반으로 민간이 혁신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공공-민간 협력 모델을 발굴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제도가 풀어야 할 운영 과제
현재 제도는 사전평가에 무게가 실려 있어 사업 시행 뒤 실제 시장 영향을 추적하는 사후 모니터링 체계가 미흡하다. 지속적으로 시장 영향을 확인하고 평가하는 시스템이 필요하다.
평가 기준의 객관성도 과제다. 평가 지표를 정량화하고 명확한 가이드라인을 마련하는 한편, 분야별 시장 특성을 반영한 세분화된 기준이 요구된다. 과도한 규제가 공공 혁신을 저해하지 않도록 공공의 시범사업과 혁신 프로젝트에 허용할 범위를 설정하는 일도 함께 다뤄야 한다.
해외 제도와 비교해 보는 관점
미국의 A-76은 정부가 수행하려는 서비스를 민간에서 조달할 수 있는지 사전에 검토하며, 경쟁을 통한 효율성 제고에 중점을 둔다. 영국의 Market Testing은 공공서비스의 민간 위탁 가능성을 검토하고 비용-효과 분석을 중심으로 접근한다.
한국의 공공 소프트웨어사업 영향평가제는 소프트웨어 산업에 특화된 평가체계를 두고 시장 침해 방지에 더 큰 비중을 둔다는 점에서 구분된다. 공공성의 실현과 산업 생태계 보호를 함께 추구한다는 점이 제도의 핵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