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DR로 설계하는 IP 주소 할당과 라우팅 집계
CIDR의 프리픽스 표기와 주소 집계 방식을 바탕으로 IPv4 주소 관리, 서브넷 설계, ISP 라우팅 최적화 원리를 정리합니다.
2026-08-14 · 최초 발행 2025-08-10
CIDR가 바꾼 주소 할당 방식
CIDR(Classless Inter-Domain Routing)은 1993년에 도입된 IP 주소 할당 및 라우팅 집계 방식이다. A, B, C 클래스로 나누던 IPv4 주소 체계의 제약을 벗어나, 네트워크와 호스트 영역을 비트 단위로 유연하게 구분한다.
목적은 두 가지였다. IPv4 주소 고갈을 늦추고, 기하급수적으로 커지던 인터넷 라우팅 테이블을 관리 가능한 수준으로 유지하는 것이다. CIDR 주소는 IP 주소/프리픽스 길이로 적는다. 예를 들어 192.168.1.0/24에서 /24는 상위 24비트가 네트워크 부분임을 뜻한다.
고정 클래스 체계가 남긴 빈틈
기존 IPv4 주소는 고정된 클래스 구조를 사용했다.
- Class A:
0.0.0.0 ~ 127.255.255.255(프리픽스/8) - Class B:
128.0.0.0 ~ 191.255.255.255(프리픽스/16) - Class C:
192.0.0.0 ~ 223.255.255.255(프리픽스/24) - Class D:
224.0.0.0 ~ 239.255.255.255(멀티캐스트용) - Class E:
240.0.0.0 ~ 255.255.255.255(실험용, 예약)
이 구조에서는 조직의 실제 규모에 맞는 주소 블록을 고르기 어려웠다. 특히 B 클래스는 주소 공간 낭비가 컸고, 개별 네트워크가 늘면서 라우팅 테이블도 과도하게 확장됐다.
2,000대 장비를 운영하는 중간 규모 조직을 생각해보면 C 클래스의 254 호스트는 부족하지만, B 클래스의 65,534 호스트는 지나치게 크다. 결국 B 클래스를 할당받고도 대부분의 주소를 사용하지 못하는 일이 생긴다.
프리픽스로 주소 블록을 다루는 방법
CIDR은 VLSM(Variable Length Subnet Mask) 개념을 적용해 네트워크 프리픽스를 가변 길이로 지정한다. 192.168.1.0/24는 192.168.1.0부터 192.168.1.255까지의 주소 블록을 가리킨다.
/24의 서브넷 마스크는 255.255.255.0이며, 이진수로는 다음과 같다.
11111111.11111111.11111111.00000000
네트워크 부분은 24비트, 호스트 부분은 8비트다. CIDR 블록의 주소 수는 2^(32-프리픽스 길이)로 계산한다.
/24네트워크:2^(32-24) = 2^8 = 256개 IP 주소/22네트워크:2^(32-22) = 2^10 = 1,024개 IP 주소
내부 분할과 경로 집계는 반대 방향으로 작동한다
서브네팅은 큰 네트워크를 더 작은 네트워크 여러 개로 나누는 방식이다. 내부 네트워크 관리와 보안 분리에 주로 사용한다. 예를 들어 192.168.0.0/24는 다음 4개의 /26 네트워크로 분할할 수 있다.
192.168.0.0/26(0~63)192.168.0.64/26(64~127)192.168.0.128/26(128~191)192.168.0.192/26(192~255)
슈퍼넷팅은 여러 주소 블록을 하나의 큰 블록으로 묶는 CIDR의 핵심 개념이다. 주소 집계(Address Aggregation)라고도 하며, 라우팅 테이블 크기를 줄이는 데 기여한다. 연속된 192.168.0.0/24, 192.168.1.0/24, 192.168.2.0/24, 192.168.3.0/24는 192.168.0.0/22로 집계할 수 있다.
조직 주소 계획과 ISP 경로 광고
중견기업 네트워크에서는 장비 수와 확장 공간을 고려해 서로 다른 프리픽스를 할당할 수 있다.
- 본사(500대 장비):
10.1.0.0/23할당 (512 IP 주소) - 지사A(150대 장비):
10.1.2.0/24할당 (256 IP 주소) - 지사B(70대 장비):
10.1.3.0/25할당 (128 IP 주소) - 외부 업체용:
10.1.3.128/26할당 (64 IP 주소) - 향후 확장 공간:
10.1.3.192/26예약 (64 IP 주소)
클래스 기반 체계에서는 각 지점에 최소 C 클래스인 256 IP를 할당해야 하므로 주소 낭비와 관리 복잡성이 커진다.
ISP도 같은 원리를 라우팅 집계에 사용한다. ISP가 193.0.0.0/19 블록을 할당받으면 8,192 IP 주소를 관리할 수 있고, 고객별로 193.0.0.0/24, 193.0.1.0/24, 193.0.2.0/23처럼 나눠 할당할 수 있다. 인터넷 백본에는 193.0.0.0/19 하나의 경로만 광고해 실제 수천 개의 개별 네트워크를 단일 경로로 집계하며, 전 세계 라우팅 테이블 크기를 대폭 줄인다.
주소 공간과 라우팅 자원을 함께 절약한다
CIDR은 필요한 크기만큼 주소를 할당할 수 있어 IPv4 주소 고갈 속도를 완화한다. 조직 규모와 필요에 맞춰 주소 공간을 배분할 수 있고, 내부 서브넷 구성의 자유도도 높아진다.
경로 집계는 라우팅 테이블 크기, 라우터 메모리 요구사항, 라우팅 프로토콜 처리 부하를 줄이는 수단이다. 라우팅 시스템 안정성을 높이고 BGP와 같은 라우팅 프로토콜의 효율적인 운영도 지원한다.
주소 블록을 계획할 때 확인할 기준
주소 공간은 2의 거듭제곱 단위로 계획한다. 호스트 수에 따른 프리픽스 예시는 다음과 같다.
~2대:/30(4 IP)~6대:/29(8 IP)~14대:/28(16 IP)~30대:/27(32 IP)~62대:/26(64 IP)~126대:/25(128 IP)~254대:/24(256 IP)
향후 성장을 고려해 현재 필요량의 2배 이상 공간을 확보하고, 주소 블록 경계는 2의 거듭제곱에 맞춰 설계한다.
프리픽스 길이가 증가하면 네트워크 수는 2배가 되고 각 네트워크 크기는 1/2로 줄어든다. /23 → /24, /24 → /25 모두 같은 관계를 따른다.
주소 범위는 주어진 IP와 서브넷 마스크의 AND 연산으로 네트워크 주소를 구한 뒤 계산한다. 브로드캐스트 주소는 네트워크 주소의 호스트 비트를 모두 1로 설정하며, 사용 가능한 첫 호스트는 네트워크 주소 + 1, 마지막 호스트는 브로드캐스트 주소 - 1이다.
IPv6에서도 이어지는 CIDR의 역할
IPv6 역시 CIDR 표기를 사용한다. 기본 할당은 일반적으로 /64이며 서브넷당 2^64개 주소를 가진다. 기업에는 보통 /48이 할당되고, 이는 2^16개 서브넷에 해당한다. ISP에는 /32 또는 더 작은 프리픽스가 할당된다.
2001:db8::/32: ISP에 할당된 블록2001:db8:1::/48: 기업에 할당된 블록2001:db8:1:1::/64: 단일 서브넷
IPv6에서 CIDR은 주소 고갈보다 라우팅 테이블 관리에 더 큰 의미를 가진다. 계층적인 주소 할당을 통해 효율적인 라우팅을 지원하며, IPv4에서 IPv6로 전환하는 과정에서도 IP 주소 관리와 네트워크 설계의 기본으로 남는다.